
엄마와 사춘기 딸의 불편한 여행
말이 없어도, 마음이 남는 시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본 엄마라면, 특히 그 아이가 사춘기 딸이라면,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실 겁니다.
얼마 전, 딸과 단둘이 떠난 1박 2일 여행은 어쩌면 예상했던 만큼이나 조용했고, 또 예상보다 더 어색했습니다.
길 위에선 말수가 줄고, 식당에선 각자 핸드폰을 바라보며 침묵만 흘렀습니다. 함께 있다는 게 어쩐지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을 강행한 건, 딸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함께 있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건,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죠.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없이, 함께 있긴 어려운 시기
사춘기는 정말 어려운 시기입니다.
아이도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운데, 부모가 그 마음을 완전히 헤아리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말이 꼬이고,
그래서 더 조용해지고,
그래서 결국 서로를 피하게 되기도 하죠.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사실 어떤 특별한 장소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말없이 같은 풍경을 보며,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기도 했고요.
여행은 결국, 함께 있는 연습
사춘기 딸과의 여행은 ‘행복한 추억 만들기’라는 거창한 목표보단,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을 견뎌내는 연습이더군요.
서로를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끝까지 같은 공간을 지키는 연습.
서툰 대화와 날 선 말투를 감당하면서도, ‘엄마니까’ 포기하지 않는 연습.
돌아오는 길, 딸이 핸드폰을 내밀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거, 엄마 웃는 거 예쁘게 나왔어.”
그 사진엔 내가 딸을 보며 웃고 있는 순간이 담겨 있었고,
그걸 담은 그 아이의 마음이 사진보다 더 깊게 남았습니다.
엄마와 딸, 우리가 함께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사춘기 딸은 많은 걸 말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맴돌고, 말보다 더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죠.
엄마와의 여행을 불편해하면서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계속 함께 있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지 않아도,
인생샷 하나 없는 여행이어도.
엄마와 딸이 함께 보낸 불편한 시간조차도 언젠간 따뜻한 기억이 되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불편해했던 그 시간이,
엄마에겐 가장 귀한 선물이었어.
너와 함께해서, 충분히 행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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